안개 속의 요람: 구천동 산맥의 품

▲사진=이상욱/무주구천동 구산마을/마을이 어미닭의 품과 같다ⓒ 월드그린뉴스 2024.2.1

[월드그린뉴스 이상욱 대표기자] 하늘이 푸르기를 거부한 듯 회색빛으로 물든 겨울의 구천동, 산봉우리들이 겹겹이 서로를 뒷받침하는 듯한 모습이 경이롭다. 이렇게 장엄하게 뻗어 있는 산들은 마치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품에 안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지형의 깊이를 상상하며 태고의 상상에 잠긴다.

산봉우리들의 연속된 능선이 마치 거대한 방패처럼 마을을 에워싸고 있었다. 산의 이중, 삼중의 보루들은 마을을 외부 세계로부터 보호하는 듯하다. 산 아래 자리한 작은 마을은 겨울의 엄숙함 속에서도 평온한 삶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산이 제공하는 거대한 품 안에서, 마을 사람들은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가고 있다.

산봉우리 사이로 흐르는 가느다란 안개는 이 신비로운 경관에 마법 같은 촉감을 더한다. 안개는 산봉우리의 험준함을 부드럽게 감싸며, 이곳의 신비감을 극대화했다. 가끔은, 안개가 걷힐 때마다 새로운 산의 모습이 드러나 마치 숨바꼭질을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마을 사람들이 산의 혼을 품은 자들이길 바래 본다. 마치 산맥의 고요한 정수리가 하늘을 떠받치듯, 그들의 영혼도 고귀한 역사를 든든히 지탱하길 바래 본다. 서로가 마주 보는 봉우리처럼, 견고하고 믿음직스럽게 서로의 삶을 보호하고, 무수한 계곡과 골짜기처럼 깊고 풍부한 연대감으로 서로를 이어주길 원해 본다. 마을이라는 하나의 터전 위에, 서로가 서로에게 쉴 곳을 제공하는 거대한 산의 울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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