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리 하우어워스가 말하는 그리스도인의 '덕'

저자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듀크대 신학·법학 명예교수다. 사진 출처 플리커

덕과 성품의 의미를 향한 탐구

스탠리 하우어워스(Stanley Hauerwas)는 현대 기독교 윤리학과 신학을 대표하는 신학자로서, 덕과 성품에 대한 깊은 사색과 연구를 이어온 인물이다. 그의 저서 **《덕과 성품(The Character of Virtue)》**은 단순한 신학적 논문이나 윤리서가 아니라, 그의 대자(代子)인 로런스 베일리 웰스(Laurence Bailey Wells)에게 매년 쓴 편지들을 엮어 덕의 형성과 성품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특별한 책이다. 이 책은 2002년부터 2017년까지 15년 동안 매년 한 편의 편지를 통해 한 가지 덕목을 다루며, 자비, 진실함, 너그러움, 인내와 같은 인간의 고귀한 성품을 형성하는 요소들을 탐구하고 있다. 하우어워스는 로런스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각 덕목이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신앙인으로서의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정성스럽게 편지에 담았다.

1. 저자 소개: 스탠리 하우어워스

스탠리 하우어워스는 듀크대학교(Duke University) 신학부와 법학부의 명예교수로, 기독교 윤리학과 신학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한 학자이다. 그의 연구는 주로 덕 윤리(Virtue Ethics), 교회 공동체의 역할, 그리고 기독교 윤리가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의 사상은 아리스토텔레스와 토마스 아퀴나스의 덕 윤리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현대의 윤리적 혼란 속에서 기독교 신앙이 어떻게 실천적 지침이 될 수 있는지를 강조한다. 하우어워스는 신학자로서의 학문적 성과뿐만 아니라, 윤리적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진정한 덕목과 성품의 의미를 탐구하고자 하는 열정적인 학자이자 신앙인이기도 하다. 이 책은 그가 학문적으로 연구해 온 덕과 성품에 대한 신학적 통찰을, 대부로서의 사랑과 책임을 담아 구체적이고 실천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2. 저술 배경: 덕과 성품에 대한 신학적 고찰

이 책의 저술 배경에는 하우어워스의 오랜 친구인 새뮤얼(Samuel Wells)과 조 베일리 웰스(Jo Bailey Wells) 부부가 첫째 아들을 낳으면서 하우어워스에게 로런스의 대부가 되어 줄 것을 요청한 사건이 있다. 당시 하우어워스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살고 있었고, 웰스 부부는 영국에서 사역하고 있었기에 물리적 거리의 제약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는 하우어워스가 로런스에게 중요한 역할을 해 주기를 원했고, 매년 로런스의 세례 기념일에 덕목에 관한 편지를 보내 달라고 요청했다. 하우어워스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고, 매년 아이의 성장 단계에 맞는 덕목을 생각하여 편지를 작성했다.

하우어워스는 이 편지들을 통해 단순한 조언을 넘어서, 덕목들이 어떻게 인간의 성품을 형성하고, 기독교 신앙의 삶을 통해 어떻게 실천될 수 있는지를 보여 주고자 했다. 초기에는 출간을 염두에 두지 않고 개인적인 약속을 실천하는 과정이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각 덕목에 대한 그의 통찰이 신학적으로도 큰 의미를 지닌다고 판단하여, 이를 책으로 엮게 되었다.

3. 책의 내용: 덕목들을 통한 성품의 형성

《덕과 성품(The Character of Virtue)》는 총 15통의 편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편지는 특정한 덕목을 중심으로 내용을 전개한다. 하우어워스는 덕목들을 단순히 윤리적 규범으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삶과 신앙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실천되는지를 신학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1) 덕의 시작: 자비와 진실함

첫 번째 편지는 로런스의 세례식에서부터 시작된다. 하우어워스는 첫 편지에서 ‘자비(Mercy)’를 다루며, 자비가 인간에게 얼마나 중요한 덕목인지, 그리고 그것이 신앙 속에서 어떻게 실천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하우어워스는 자비가 단순히 연민이나 동정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그들과 함께 아파하며 행동하는 덕목임을 강조한다.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서 보여주신 자비의 본을 따를 것을 권하며, 로런스가 자라나면서 이러한 자비의 덕을 실천하길 바란다고 적었다.

두 번째 편지에서는 ‘진실함(Truthfulness)’을 다룬다. 당시 로런스가 말을 배우고 있었기 때문에, 하우어워스는 진실함의 덕을 강조하며 아이가 올바른 말과 행동을 배우도록 격려한다. 그는 진실함이 단순히 거짓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타인에게도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는 삶의 태도임을 설명한다. 이러한 진실함의 덕목은 기독교 신앙인으로서 세상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지침이기도 하다.

2) 성장 단계에 맞춘 다양한 덕목들

하우어워스는 로런스가 성장할 때마다 그 나이에 적합한 덕목을 생각하여 편지를 썼다. 예를 들어, 로런스가 사춘기에 접어들었을 때는 ‘절제(Temperance)’와 ‘용기(Courage)’에 대해 편지를 쓰며, 그가 자신을 절제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용기를 발휘할 수 있기를 바랐다. 하우어워스는 절제가 단순히 욕망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용기는 단순한 무모함이 아니라, 두려움 속에서도 진리를 선택할 수 있는 힘이라고 말하며, 용기와 절제가 함께 가야 올바른 성품을 형성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3) 종합적 성품으로서의 덕의 형성

하우어워스는 각 덕목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음을 설명한다. 예를 들어, 자비는 진실함과 함께 있을 때 더 큰 의미를 지니며, 용기는 절제와 함께 있을 때 그 본래의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하우어워스는 덕목들이 서로 어우러져 한 사람의 성품을 형성하는 과정을 설명하며, 궁극적으로 성품의 형성은 그리스도를 본받는 삶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 편지에서는 ‘성품(Character)’에 대해 다루며, 성품이란 단순한 외적 행동이 아니라, 우리 존재의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태도임을 강조한다. 하우어워스는 성품이 우리 삶의 모든 면에서 스며들어야 하며, 타인이 보지 않을 때에도 올바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내적 힘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4. 저술 의의: 덕목과 성품의 형성에 대한 실천적 안내서

《덕과 성품(The Character of Virtue)》는 단순한 덕 윤리서가 아니라, 실제 삶 속에서 덕목을 어떻게 실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실천적 안내서이다. 하우어워스는 로런스에게 보낸 편지 형식을 통해 덕 윤리가 단순히 교리적이거나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는 것임을 증명해 보인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덕과 성품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며, 신앙인으로서 어떻게 올바른 성품을 형성하고 실천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이 책은 대부모나 부모가 자녀의 성품을 형성하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성숙한 신앙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우리 자신이 어떤 덕목을 추구해야 하는지를 탐구하게 한다. 하우어워스는 이 책을 통해 기독교 신앙이 단순히 교리적 지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되고 체현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닌다는 사실을 설파하고 있다.

결론: 덕의 형성과 성품의 완성

스탠리 하우어워스의 《덕과 성품》은 덕과 성품이 단순히 윤리적 교훈이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에 실천되어야 할 기독교 신앙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그는 로런스에게 매년 편지를 쓰는 과정을 통해, 덕목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 속에서 구체적으로 형성되고 실천될 수 있는지를 제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덕 윤리의 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게 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신앙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품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우리 모두가 어떻게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갈 수 있을지를 성찰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