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인트 존스(St. John’s College)를 소개합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은 현대의 교육 시스템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는 독특한 대학입니다. 고전 교육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문을 탐구하고 사고의 깊이를 더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이 대학의 특징입니다. 이곳에서는 강의, 시험, 전공이 없는 대신, 고전 작품을 읽고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배우는 학습 방식이 주를 이룹니다.

말 안 하면 ‘쫓겨나는’ 대학

세인트 존스 대학은 수업의 본질을 학생들의 참여에 두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수업의 주요 활동은 ‘토론’입니다. 모든 학생은 매 수업 전 미리 읽기로 한 고전을 읽고 토론에 임해야 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세인트 존스에서 다루는 고전들은 흔히 생각하는 경제학 원론이나 현대 사회과학 교재가 아니라, 주로 고대 그리스 철학, 문학, 과학 이론 등 수천 년 전에 쓰인 작품들이라는 것입니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뒷세이아,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의 저작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 그 예입니다.

학생들은 이 고전들을 기반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훈련을 받습니다. 토론에 참여하지 않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지 않는다면 수업에 진정으로 참여할 수 없습니다. ‘말 안 하면 쫓겨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적극적인 발언과 생각의 공유는 세인트 존스에서 가장 중요한 수업 방식입니다.

강의와 교수가 없는 학교

세인트 존스의 또 다른 특징은 ‘강의’가 없다는 점입니다. 흔히 대학에서는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방식의 강의가 일반적이지만, 세인트 존스에서는 교수 대신 ‘튜터’라는 존재가 있습니다. 이 튜터들은 전통적인 교수처럼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지 않습니다. 대신, 학생들이 스스로 책을 읽고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을 수 있도록 질문을 던져주는 역할을 합니다.

튜터는 수업을 시작할 때 첫 질문(오프닝 질문)을 던지며, 이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토론을 시작합니다. 학생들은 이 질문을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고 논박하면서 사고의 깊이를 더해갑니다. 중요한 점은, 튜터는 학생들과 함께 같은 테이블에 앉아 학문적 동반자로서 토론에 참여하지만, 학생들에게 해답을 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스스로 답을 찾도록 돕는 역할을 맡습니다.

전공과 시험이 없는 학교

세인트 존스 대학은 전공이 없는 학교입니다. 여기서는 모든 학생이 동일한 커리큘럼을 따라가며, 다양한 학문적 영역을 통합적으로 학습합니다. 철학, 수학, 과학, 언어, 음악 등 다양한 학문을 다루지만, 특정 전공을 선택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동일한 고전을 읽으며 공부합니다. 이 방식은 학생들이 특정 학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시각과 사고의 훈련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 대학에서는 시험이 없습니다. 일반적인 대학에서는 시험을 통해 성적을 평가하고, 그 성적에 따라 학생들의 성취를 판단하지만, 세인트 존스에서는 성적을 통한 평가가 아닌, 학생들의 학문적 탐구와 사고력을 기르는 데 중점을 둡니다. 이로 인해 학생들은 외부적인 성적 압박 없이 순수하게 학문에 몰두할 수 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각자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신의 학습 과정을 스스로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튜터들의 공개 뒷담화, 돈 래그

세인트 존스 대학의 독특한 전통 중 하나는 ‘돈 래그(Don Rags)’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성적 평가 대신 이루어지는 공개 토론 모임으로, 학생과 튜터들이 함께 모여 학생의 학업 진행 상황을 평가하고, 수업에서 논의된 주제들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받는 자리입니다. 이 모임에서 튜터들은 학생들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학생들은 자신의 학습 과정과 성취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기회를 갖습니다. 이러한 공개 피드백 시스템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문적 여정을 객관적으로 돌아보고, 더욱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세인트 존스의 학습 문화와 학생의 성장

세인트 존스 대학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학문을 탐구하고, 깊이 있는 사고를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장려합니다. 이곳의 모든 수업과 토론은 학생들에게 생각하는 법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두며,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 이상의 가치를 제공합니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며, 글을 쓰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사유 능력을 확장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기르게 됩니다.

세인트 존스의 학생들은 이곳에서 얻은 지적 도구들을 바탕으로 졸업 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비록 세인트 존스에서 특정 전공을 수료하지 않더라도, 학문적 기초와 사고력, 논리적 사고 훈련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됩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의 이러한 독특한 교육 방식은 학생들이 자신만의 학문적 여정을 발견하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에서 큰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점차 중요성이 부각되는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배양하는 데 있어서 세인트 존스의 고전 교육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