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더링 : 아버지가 된다는 것
아버지의 존재 의미를 다시 묻다
현대 사회에서 아버지의 존재와 역할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한 예로, 최근 한 아동이 쓴 시가 화제가 되었다. 제목은 "아빠는 왜?"라는 간단한 질문이지만,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무겁다. "엄마는 나를 이해해 주어서 좋다. 하지만, 아빠는 왜 있는지 모르겠다"는 이 구절은 아버지의 존재에 대한 자녀의 의문을 드러내며, 현대 가정에서 아버지의 역할이 얼마나 모호해졌는지를 보여준다.
이 시의 내용은 단순한 어린아이의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가 자녀에게 어떤 존재로 인식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생계 부양자, 권위적인 훈육자, 그리고 가정 밖의 사람으로 치부되던 아버지의 역할은 오늘날 변화의 기로에 서 있다. 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겪고 있으며, 자녀와의 관계에서 ‘소외된 섬’에 홀로 갇혀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 책의 저자 윌 글레넌도 그러한 문제를 깊이 인식하고 있었다. 이혼 후에도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 온 개인적인 경험은 그로 하여금 아버지라는 역할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그는 150명의 아버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한 저서를 집필했다. 이 책은 오늘날 아버지들이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감정적으로도 소통할 수 있는 아버지가 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하며, 변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아버지의 진정한 역할과 변화
감정 표현을 배우는 아버지, 존의 이야기
존은 성공한 사업가로, 물질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었지만, 자녀들과의 관계는 늘 서먹했다. 그는 자녀에게 규칙과 권위를 강조하며, 훈육 중심의 접근을 통해 ‘좋은 아버지’가 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자녀들과의 감정적 거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느 날,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와 작은 종이학을 선물로 건넸다. 존은 무심코 "왜 이런 걸 주니? 숙제나 열심히 해"라고 말해버렸다. 그날 밤, 그는 아들의 방 앞에서 조용히 울고 있는 아이를 발견했다. 아들은 "아빠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라고 말하며 종이학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이 사건은 존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자신의 감정 표현 부족이 자녀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주었는지를 깨달았다.
그 후, 존은 윌 글레넌의 책을 읽고, 자녀에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그는 매일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사소한 대화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몇 개월 후, 존은 아들에게 "오늘 하루 어땠니?"라고 물었을 때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았다. 존은 자신이 감정 표현을 배우면서 자녀와의 관계가 서서히 회복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러한 사례는 아버지가 단순히 생계 부양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자녀와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그들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아버지가 감정적으로 개방적이 되어야, 자녀도 그에게 마음을 열고 진정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권위와 유연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마이클의 이야기
마이클은 세 아이의 아버지로, 그가 자라온 환경은 권위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규칙과 규율만이 강조되었던 가정이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의 엄격함이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고 믿었기에, 자신도 자녀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접근했다. 아이들이 밤늦게까지 TV를 보는 것을 금지하고, 숙제를 마칠 때까지 자유시간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아이들은 점점 아버지를 멀리하고, 그가 말을 걸 때면 두려움이 섞인 눈빛을 보냈다.
마이클은 자녀들이 그를 더 이상 존경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좌절했다. 그러나, 그는 윌 글레넌의 책을 읽고 나서 권위적인 방식이 아이들의 자발적 성장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규율은 중요하지만, 자녀들이 아버지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후, 마이클은 자녀들과 함께 규칙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TV 시청 시간은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결정하게 하되, 이를 통해 자녀들이 책임감을 배우도록 했다. 마이클은 자녀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보며, 권위적인 아버지에서 벗어나 자녀들과 함께 성장하는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아버지 역할의 회복과 새로운 정의
윌 글레넌의 저서는 현대 아버지들이 겪는 심리적 소외와 자녀와의 감정적 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제공한다. 자녀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아버지가 먼저 감정적으로 개방적이어야 하며, 자신의 약점과 실수를 인정하고, 자녀에게 더 진정성 있게 다가갈 필요가 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권위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할 때, 아버지와 자녀의 관계는 더욱 단절되고 소외될 수 있다.
또한, 좋은 아버지란 자녀에게 규칙만을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라, 자녀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윌 글레넌은 이 책을 통해 모든 아버지들이 자녀와의 관계에서 ‘훈육자’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벗고, 자녀와 함께 감정적으로 교감하고 성장하는 ‘양육자’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버지는 단지 아이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다리가 아니다. 아버지는 아이의 인생에서 살아있는 희망이 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아버지라는 존재의 의미를 다시금 상기시킨다. 이 메시지는 오늘날 많은 아버지들이 자신을 돌아보고, 자녀와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