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이 책을 먹으라

1. 성경을 먹는 거룩한 공동체

유진 피터슨이 강조한 ‘성경을 먹는 거룩한 공동체’는 단순히 성경을 읽고 지식을 습득하는 차원을 넘어, 성경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체화하고 그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여기서 ‘먹는다’는 표현은 영적으로 말씀을 깊이 받아들이고, 그것이 공동체의 일상과 행위 속에 녹아들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교회 내 소그룹 성경 공부 모임이 단순한 지식 전달이 아니라, 각자 받은 말씀을 서로 나누고, 실제로 그 말씀을 따라 행하려는 결단과 격려가 이루어질 때, 그 공동체는 ‘말씀을 먹는 거룩한 공동체’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각 성도는 성경의 가르침을 자신의 삶 속에서 실천하고, 그로 인해 공동체 전체가 말씀을 살아내는 현장이 됩니다.

적용 방법: 교회 소그룹이나 성경 모임을 할 때, 각자 성경을 읽고 받은 깨달음을 나누는 것뿐만 아니라, 그 말씀을 어떻게 실천할지 구체적으로 나누고 격려하는 시간을 마련하세요. 예를 들어, 마태복음 25장에 나오는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나에게 한 것이다’라는 말씀을 나누면서, 그 주간 동안 어떤 식으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실천할 수 있을지 이야기하고, 다음 모임에서 그 결과를 나누며 함께 기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2. 텍스트로서의 성경: 하나님이 계시하는 것 배우기

성경을 텍스트로 이해하는 것은 단순한 정보 습득의 차원을 넘어서, 하나님 자신을 보여주는 계시의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피터슨은 성경이 단순히 우리가 알아야 할 정보를 제공하는 책이 아니라, 하나님이 자신을 보여주시는 거울임을 강조합니다. 따라서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이 성경을 통해 자신의 성품, 의지, 그리고 우리를 향한 사랑을 드러내고 계신다는 것을 이해하고 읽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창세기의 아브라함 이야기나 출애굽기의 모세 이야기를 읽을 때, 단순한 역사적 사건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어떻게 자신의 백성과 약속을 이루시는지를 보여주는 계시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적용 방법: 성경을 읽을 때, 각 본문에서 하나님이 어떤 분으로 계시되고 있는지를 질문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다윗의 시편을 읽을 때, 하나님이 어떤 상황에서 다윗을 위로하고 인도하시는지, 하나님이 다윗에게 보여주신 성품(자비, 정의, 보호하심 등)을 중심으로 읽어보십시오. 그렇게 하면 성경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하나님을 체험하게 하는 통로가 될 것입니다.

3. 형식으로서의 성경: 예수님의 방식 따르기

성경의 형식적 구조는 하나님이 인간에게 말씀하시는 방식의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예수님은 자주 이야기(비유)나 시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리를 전달하셨습니다. 피터슨은 성경의 다양한 형식(이야기, 시, 편지 등)이 각기 다른 상황과 필요에 맞춰 하나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임을 설명합니다. 이러한 형식적 접근은 독자가 각기 다른 문학적 구조를 통해 하나님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고 계신지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예를 들어, 욥기의 시적 표현과 요한복음의 서사적 이야기를 읽을 때, 각각의 형식이 전달하는 독특한 메시지와 정서를 이해해야 합니다.

적용 방법: 성경을 읽을 때 각 본문이 어떤 문학적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세요. 이야기 형식이라면 사건의 전개와 인물 간의 관계를 주목하고, 시편을 읽을 때는 시적 언어가 주는 감정적 울림과 상징을 깊이 음미하세요. 예를 들어, 시편 23편의 “푸른 풀밭”이라는 표현이 단순한 자연 묘사가 아니라, 영혼의 안식과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상징함을 생각해 보세요.

4. 대본으로서의 성경: 성령 안에서 우리의 역할 해내기

피터슨은 성경을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서, 성경을 대본(script)으로 받아들이고, 그 대본을 따라 우리의 삶에서 역할을 해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대본은 연극에서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 지침서와 같은 것이며, 성경도 마찬가지로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해야 할 삶의 지침서입니다. 예를 들어, 성경이 사랑과 용서를 명할 때, 우리는 단순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삶에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이것은 말씀을 단순한 관념이 아닌 구체적인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적용 방법: 성경을 대본으로 읽으며, 각 구절이 나에게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질문해 보십시오. 예를 들어,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원수를 사랑하라”고 명령하신 구절을 읽을 때, 그 말씀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실천할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그날의 행동 지침으로 삼아 실천해보세요. 그 말씀을 실제로 삶 속에 적용하여, 예수님의 가르침을 따라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으세요.

5. 거룩한 읽기: 렉치오 디비나의 적용

렉치오 디비나(Lectio Divina)는 '거룩한 읽기'라는 뜻으로, 성경을 단순한 텍스트나 정보의 집합체가 아닌, 하나님의 살아있는 말씀으로 받아들이며 이를 내면화하고 실천하는 고대의 영적 독서법입니다. 이 독서법은 성경을 읽는 것을 기도, 묵상, 실천과 연결하여 신앙적 삶을 더 깊게 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렉치오 디비나는 4단계로 구성되며, 각각의 단계는 하나님과의 더 깊은 교제와 개인적인 변화를 위한 영적 과정입니다.

1. 렉치오(Lectio) - 읽기

‘렉치오’는 본문을 천천히, 주의 깊게 읽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텍스트의 표면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각 단어와 문장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깊이 탐구하며 읽습니다. 천천히, 소리 내어 반복해서 읽으면서특정 단어나 구절이 마음속에 더 깊이 와닿는지를 느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은 성경의 언어가 단순히 문자적으로만 읽히는 것이 아니라, 더 풍부한 의미를 가지고 독자에게 다가오도록 돕습니다.

적용 방법: 시편 23편을 예로 들어 본다면,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첫 구절을 여러 번 천천히 읽고, ‘목자’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라는 표현에 주목하여 하나님이 목자로서 나를 돌보신다는 메시지를 음미해 보세요.

2. 메디타티오(Meditatio) - 묵상

‘메디타티오’는 본문을 읽고 나서, 그 의미를 깊이 묵상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독자는 텍스트의 의미를 더 깊이 파고들며, 하나님의 말씀이 자신의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이 과정은 단순히 텍스트의 해석을 넘어, 그 말씀이 나에게 주는 메시지와 도전이 무엇인지를 숙고하며 내면화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각 단어와 구절이 주는 감정, 그리고 그 말씀이 자신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세요.

적용 방법: “나의 잔이 넘치나이다”라는 표현을 묵상하며, 하나님께서 내 삶에 주신 은혜와 축복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지금 나의 삶 속에서 넘치는 축복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세요.

3. 오라티오(Oratio) - 기도

‘오라티오’는 묵상을 통해 받은 말씀을 바탕으로 하나님께 나의 마음과 생각을 기도로 드리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독자는 말씀을 들으며 느낀 감정, 깨달음, 그리고 도전받은 부분에 대해 하나님께 솔직하게 기도합니다. 특히, 하나님께 나의 연약함과 소망, 그리고 삶의 변화를 위해 그분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가 포함됩니다. 이 과정은 독자가 단순히 말씀을 듣고 묵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하나님과 대화하는 경험을 통해 말씀을 삶에 적용하도록 돕습니다.

적용 방법: 예를 들어, 시편 23편의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라는 구절을 읽고 나서, “하나님, 제가 두려움 속에 있을 때도 주님이 저를 보호하시며 안위하시는 것을 믿습니다. 저의 삶 속에서 주님의 지팡이를 더 의지하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로 말씀을 응답해 보세요.

4. 콘템플라티오(Contemplatio) - 실천

‘콘템플라티오’는 묵상과 기도 후, 그 말씀을 실제 삶에 적용하여 행동으로 옮기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하나님이 나에게 주신 말씀의 가르침이 나의 일상과 행동 속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고민합니다. 독자는 그 말씀을 따라 실천할 구체적인 행동 방안을 세우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살아가기로 결단합니다. 이 과정은 말씀이 나의 삶을 변화시키고, 나의 태도와 행동을 통해 하나님을 드러내도록 돕습니다.

적용 방법: 시편 23편을 묵상한 후,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신다”는 확신을 가지고 그 주간 동안 내가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인내와 친절을 베풀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하심을 신뢰하겠다고 결단해 보세요.

전체적인 적용 예시

예를 들어, 요한복음 15장 5절,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니”라는 구절을 렉치오 디비나 방식으로 묵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읽기(Lectio): 이 구절을 천천히, 반복하여 소리 내어 읽으면서 ‘포도나무’, ‘가지’, ‘내 안에 거하라’라는 표현에 집중합니다.

묵상(Meditatio): 예수님이 나의 삶에서 주인이시고, 내가 그분의 안에 거할 때 열매를 맺는다는 의미를 생각하며, 지금 나의 삶 속에서 예수님과의 관계가 얼마나 깊이 있는지를 돌아봅니다.

기도(Oratio): “주님, 제가 예수님 안에 온전히 거하지 못한 모습을 회개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더 붙들고, 그 안에 거하며 열매 맺는 삶이 되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합니다.

실천(Contemplatio): 이번 주 동안 매일 아침 시간을 정해 성경을 읽고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 안에 거하겠다는 결단을 세웁니다. 또한,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사랑을 실천하며 예수님 안에 거하는 가지의 모습을 실천합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렉치오 디비나를 구체적으로 적용하면, 성경 말씀이 단순히 읽고 잊혀지는 정보가 아니라, 삶 속에서 실천되고 체화되는 살아있는 하나님의 말씀으로 자리 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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