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자크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 불평등의 본질과 사회적 타락의 근원
1. 저술 배경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18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계몽주의 철학자이자,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혁명적 사상가입니다. 그가 살아가던 시대는 절대 군주제와 귀족 중심의 사회 구조가 공고히 자리 잡고 있었고, 부의 집중과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던 시기였습니다. 특히, 산업 혁명이 시작되면서 부르주아 계층이 대두하고, 하층민과 농민들은 점차 경제적 궁핍 속에 내몰렸습니다. 루소는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목격하며, 사회적 불평등의 기원과 타락한 사회 구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담아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저술했습니다.
루소는 청년 시절을 유랑 생활과 독학으로 보냈으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했지만 자유주의 철학자로 성장했습니다. 1755년, 프랑스 디종 아카데미가 제시한 공모 주제, “인간 사이의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그것이 자연법에 의해 허용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제출했고, 이는 그의 대표작이자 근대 사회 비판의 초석이 되었습니다. 이 저술에서 루소는 사유 재산 제도가 인간 사회의 근본적 불평등을 초래했으며, 인간의 타락과 고통의 근원임을 논증했습니다.
당시 유럽 사회는 시민 혁명과 계몽주의 사상이 만개하던 시기였고, 루소의 이 사상은 후일 프랑스 대혁명(1789)과 근대 민주주의의 사상적 기반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저술 배경 속에서, 루소는 인간의 타고난 평등과 자유를 회복하고, 도덕적이고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세우려는 의도로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집필했습니다.
2. 책의 내용
『인간 불평등 기원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첫 번째 부분에서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어떻게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았는지를 설명하고, 두 번째 부분에서는 인간이 사회적 계약을 통해 사유 재산을 인정하면서 불평등이 시작되고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졌음을 논의합니다.
1) 자연 상태에서의 인간: 자유와 평등의 조화
루소는 자연 상태를 인간이 문명화되기 전,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던 순수한 상태로 규정합니다. 이 상태에서의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기 보존과 연민이라는 두 가지 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자기 보존(amour de soi): 자신의 생존을 지키고, 필요한 것들을 추구하는 자기애입니다. 이것은 이기심과는 다른,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이고 자연적인 충동입니다.
- 연민(pitié): 다른 사람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서로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자연적인 감정입니다. 루소는 이 연민이 인간의 자연적 도덕의 기초라고 보았습니다.
이 자연 상태의 인간은 서로 경쟁하거나 타인의 소유를 빼앗으려 하지 않고, 자기 보존을 위해 필요한 만큼만 취합니다. 또한, 타인의 고통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이 연민이 법과 제도가 없는 상태에서 자연적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즉, 자연 상태의 평등은 인간이 서로 의존하지 않고, 각자의 자유를 온전히 누리는 상태로서, 도덕적으로 선한 상태였습니다.
2) 사유 재산의 등장과 불평등의 시작
루소는 인간이 농업과 야금술을 발명하면서 사유 재산의 개념이 생겨났다고 설명합니다. 초기에는 공동체 속에서 평등하게 나누던 토지와 자원이, 누군가에 의해 울타리가 세워지고 사적 소유로 전환되기 시작한 것이 인간 불평등의 시작이었다는 것입니다.
- “어떤 땅에 울타리를 두르고 ‘이 땅은 내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믿을 만큼 단순하다는 사실을 발견한 최초의 인간이 문명사회의 창시자다.”라는 구절은 사유 재산의 등장이 곧 불평등의 시작임을 상징적으로 표현합니다.
이때부터 인간은 자연 상태의 자기 보존과 연민 대신, 사적 소유와 경쟁에 의해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부의 축적과 권력의 집중이 가속화되면서 인간 사이의 도덕적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사회적 계약이라는 명목 아래, 부유한 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로 나뉘게 되며, 약자는 부자에 의해 착취되고 종속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3) 문명 사회와 도덕적 타락
루소는 자연 상태에서 평등했던 인간이 문명 사회에 접어들면서 탐욕과 부패에 빠지게 되었다고 설명합니다. 문명 사회는 인간에게 사유 재산과 법을 통해 불평등을 합법화시켰고, 인간은 타인의 존경과 지위를 추구하며 스스로를 타락시켰습니다. 그는 야금술과 농업이라는 기술의 발달이 부의 집중과 도덕적 타락의 시발점이 되었다고 보았습니다.
“야금술과 농업은 인류를 문명화시키고, 동시에 인류를 파멸로 이끈 장본인이다.”라는 루소의 표현은, 기술의 발달이 인간에게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타락의 길로 이끌었음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자연적 상태를 왜곡하고, 인간을 소유와 지배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했습니다.
3. 저술 의도
루소는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통해, 인간 사회의 불평등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인위적이고 인위적인 제도와 법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히고자 했습니다. 그는 사유 재산이야말로 인간 사회의 타락과 고통의 근원이자, 부정의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루소의 의도는 인간의 타락한 본질을 폭로하고, 인간이 본래 가지고 있던 자연적 도덕성과 평등을 회복하여 정의로운 사회 질서를 세우려는 데 있었습니다. 그는 인간 사회가 불평등의 근원을 직시하고, 이를 정치적 개혁과 사회적 변혁을 통해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4. 루소의 세계관
루소의 세계관은 인간의 본질적 선함과 자연적 도덕성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합니다. 그는 인간이 본래 선하고 평등한 존재이며, 인간의 타락은 사회적 제도와 사유 재산으로 인한 부패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인간의 본질적 선함
루소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자기 보존과 연민이라는 선한 본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이것이 인간의 도덕적 기반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인간이 사회적 제도와 법에 의해 타락하고, 탐욕과 권력 추구에 의해 왜
곡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 사유 재산의 비판
루소는 사유 재산 제도가 인간 사회의 불평등과 도덕적 타락의 근본 원인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는 재산의 축적이 인간을 부유한 자와 빈자로 나누고, 법이 이를 정당화하며 불평등을 합법화했다고 비판했습니다.
3) 사회 계약과 정치적 개혁
루소는 사회 계약을 통해 인간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를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후 저서인 『사회계약론』에서, 자유와 평등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시민적 자유와 공동체적 연대를 제안하며, 입헌 공화주의 체제의 기초를 다졌습니다. 루소의 사상은 오늘날 사회 정의, 공동체적 평등, 복지 사회의 근본적인 원칙을 제시하며, 정치 철학과 사회 비판의 중요한 기초를 제공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