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잡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절대군주라는 이름의 괴물

리바이어던은 구약성서 욥기 41장에 나오는 바다의 괴물 이름으로서, 인간의 힘을 넘는 매우 강한 동물을 뜻한다. 홉스는 국가라는 거대한 창조물을 이 동물에 비유한 것이다.

토마스 홉스(Thomas Hobbes)의 『리바이어던 (Leviathan)』은 근대 정치철학의 대표작으로, 특히 사회계약설과 절대군주제에 대한 논의를 심도 있게 다룬 책입니다. 홉스는 『리바이어던』을 통해 인간 본성의 탐구와 정치적 통제의 필요성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며, 자연 상태와 정치 공동체의 형성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그의 사상은 인간의 본성이 지닌 이기적 속성과 사회적 갈등의 본질을 냉철하게 파헤치며, 국가 권력의 기초와 사회 질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정치적 세계관을 제시했습니다.

홉스는 전쟁과 혼란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자발적으로 자연권을 포기하고 자신의 권리를 절대군주에게 양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로 인해 사회계약이 성립되며, 국가라는 인공적 괴물, 즉 리바이어던이 등장하게 됩니다. 리바이어던은 성서 속의 바다 괴물로, 인간의 자연 상태에서 발생하는 모든 혼란을 억누르고 질서를 수호하는 절대적인 통치 권력의 상징입니다. 이 책은 절대 권력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국가와 시민 간의 계약을 통해 정당성을 부여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근대 정치 철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습니다.

1. 『리바이어던』의 배경: 정치적 혼란과 홉스의 문제의식

홉스는 16세기 후반에서 17세기 중반이라는 유럽의 정치적 대혼란 속에서 활동한 철학자입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잉글랜드 내전과 청교도 혁명, 그리고 왕당파와 의회파 간의 피비린내 나는 갈등으로 인해, 정치적 혼란과 사회적 불안정이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그에게 무정부 상태의 공포와 정치적 질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게 했습니다. 홉스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인간의 자연 상태가 끊임없는 전쟁과 생명의 위협으로 가득 찬 상황이라고 보았으며, 강력한 정치적 통제만이 이러한 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을 집필한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절대 권력의 정당성을 이론적으로 증명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을 극복하고 안정을 구축하는 것.

- 인간이 자발적으로 절대 권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논리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국가 형성의 필연성을 설명하는 것.

- 인간 본성의 이기적 속성을 근거로 하여, 효과적인 정치 통치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

2. 인간의 본성과 자연 상태: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홉스는 『리바이어던』에서 인간을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고, 욕망에 지배되는 존재로 묘사합니다. 그는 인간이 자기 보존과 자기 이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한다고 보았으며, 이러한 성향이 자연 상태에서는 폭력과 투쟁을 불러일으킨다고 설명합니다. 자연 상태란 사회적 계약이 성립하기 전의 상태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고 무한한 자유를 누리는 상태입니다.

그러나, 이 평등과 자유는 안정과 평화가 아닌, 끝없는 불안과 투쟁을 초래합니다. 홉스는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경쟁, 불신, 평판이 상호작용하여 끊임없는 갈등이 발생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자연 상태에서, 인간의 삶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지닙니다:

- 고독하고 (Solitary)

- 빈곤하고 (Poor)

- 불쾌하고 (Nasty)

- 잔인하며 (Brutish)

- 짧다 (Short)

홉스는 이를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bellum omnium contra omnes)이라고 불렀으며, 자연 상태에서는 아무도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받을 수 없는 극도의 불안정한 상태라고 보았습니다.

3. 자연법과 사회계약: 리바이어던의 탄생

자연 상태의 혼란과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은 이성을 통해 자연법(Lex Naturalis)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연법이란 생존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이 따라야 하는 보편적 규칙입니다. 홉스는 자연법의 첫 번째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합니다:

1. “평화를 추구하라.”

2. “자신의 권리를 양도하여, 공공의 선을 위해 복종하라.”

이러한 자연법을 통해 인간은 자연권을 자발적으로 절대군주에게 양도하고,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을 체결하게 됩니다. 이 사회계약을 통해 각 개인은 자신의 자유를 포기하고, 국가라는 공동체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 공동체는 절대적 권력을 지닌 리바이어던에 의해 통치되며, 절대군주는 이러한 계약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합니다.

홉스는 이러한 절대군주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정당화합니다:

- 사회적 안정: 절대군주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종식시키고, 사회적 안정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 법과 질서의 수호자: 군주는 법과 질서의 수호자로서, 폭력과 갈등을 억제하고, 사회적 평화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 통합된 권위: 군주는 단일한 권위를 통해 분열된 이익과 갈등을 조정할 수 있으며, 정치적 혼란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4. 절대군주제의 필요성: 리바이어던의 권위

홉스는 절대군주가 반드시 한 개인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군주는 군주제, 귀족정, 민주정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권력이 절대적이고 분리되지 않은 상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절대군주제의 핵심은 모든 정치적 권한이 단일한 권력체에 집중되어, 법과 질서를 강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는 것입니다. 이때 리바이어던은 단순한 폭군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는 수호자로서 기능해야 합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원칙에 의해 정당화됩니다:

1. 통치의 합리성: 군주는 자연상태의 비참함을 종식하고, 안정된 사회 질서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2. 계약의 정당성: 군주는 사회계약을 통해 권력을 양도받은 정당한 권위자로서, 시민들은 계약에 따라 군주에게 복종해야 합니다.

5. 세계관적 해석: 홉스의 절대군주제와 기독교적 관점의 충돌

홉스의 정치 철학은 기독교적 세계관과 직접적으로 충돌합니다. 기독교적 세계관은 인간의 자유의지와 도덕적 책임을 중시하며, 개인의 양심과 신앙이 절대적인 가치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홉스는 인간의 본성을 이기적이고 비도덕적으로 간주하며, 도덕적 판단보다 권력의 필요성을 우선시합니다. 이러한 점에서 절대적 군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그의 사상은 기독교적 가치와 충돌하게 됩니다.

홉스의 리바이어던은 절대 권력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도, 동시에 통치자가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시민들이 그 권력에 복종할 필요가 없음을 인정합니다. 이는 절대 권력의 무조건적인 정당화가 아니라, 사회적 계약이라는 조건 하에 권력의 정당성을 설정한 점에서, 근대 정치 철학의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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